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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 임호준 기자의 명의 이야기(16)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8/10/27
조회수
3437
[명의이야기 16] 신장질환 한대석 연세대 의대 교수
"신장악화 증상 못느껴… 주기적 소변검사 필요"


▲ 신장질환은 심장병이나 뇌졸중 등 다른 병에 비해 심각성이 과소평가돼 있지만 사망률이나 치료비용 등을 따져볼 때 결코 만만한 병이 아니라고 한대석 교수는 강조한다. /황정은기자
신장질환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신장(콩팥)이 완전히 망가져도 혈액·복막 투석을 받거나 이식을 받으면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혈뇨 또는 단백뇨가 나오거나, 몸이 붓는 등 신장질환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나타나도 “시간이 나면…”이라고 미루는 사람이 주위에 많다.

신촌세브란스병원 한대석 교수는 “의사들도 신장질환을 가볍게 보고 환자들에게 충분히 경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만성 신장염은 결국 말기 신부전증으로 진행되므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중한 병”이라고 말했다.

2002년 12월말 현재 말기 신부전증으로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사람은 2만10명, 복막투석을 받고 있는 사람은 5712명, 신장 이식을 받은 사람은 8721명이다. 또 매년 5000명 정도가 새로 투석을 시작한다. 통계에 따르면 투석 환자 중 매년 12~15%가 사망하고 있다.

한 교수는 “투석을 시작한 환자의 나이가 40대라면 그 사람의 기대 수명은 같은 나이 조기 대장암 환자의 기대 수명보다 일반적으로 짧다”고 말한다.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40대 초반(40~44세) 투석을 시작한 아시아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11년, 50대 초반(50~54세)에 투석을 시작한 아시아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7.7년이다. 그러나 조기에 대장암을 발견해 수술 받으면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이라면 벌벌 떨면서 신장병이라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지(無知) 때문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는 게 한 교수의 지적이다.

사구체 파괴 신부전증, 요독으로 생명 위협
당뇨·고혈압 환자는 혈당·혈압관리 철저히

여러가지 신장병 중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신장에서 소변을 만드는 사구체가 파괴되는 급·만성 신부전이다. 모세혈관 덩어리인 사구체가 파괴되면 체내의 독소를 걸러내지 못해 요독(尿毒) 증상으로 사망하게 된다. 신부전증이란 신장의 기능이 정상보다 크게 떨어진 상태로 일반적으로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정상 0.5~1.3㎎/㎗)가 2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이같은 신장기능의 감소가 3~6개월 이상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만성 신부전이라 부른다.

한 교수는 “신장은 80% 이상 파괴될 때까지 별다른 증상을 못느끼는 경우가 많으므로, 증상이 심해져 병원에 온 경우라면 십중팔구 늦게 된다”며 “주기적으로 소변검사를 하고,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만성 신부전을 일으키는 여러가지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급만성 사구체 신염, 당뇨병, 고혈압 세 가지다. 대한신장학회 통계에 따르면 2002년 투석 치료를 시작한 말기 신부전 환자는 40.7%가 당뇨병, 15.4%가 고혈압, 13.9%가 사구체 신염 때문이었다. 따라서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는 신장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혈압과 혈당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사구체 신염의 경우, 70% 정도는 특별한 원인 없이 생기며, 30% 정도는 감기, 편도선염, B형 간염, 루푸스(류머티즘의 일종인 전신홍반성낭창) 등의 결과로 초래된다. 이 중 감기나 편도선염 뒤끝에 생기는 사구체 신염은 만성화하지 않지만 루푸스나 B형 간염 때문에 사구체 신염이 생긴 경우 대부분 만성화돼 결국 신부전으로 진행된다.

한편 일단 신부전이 되면 완치가 불가능하므로 사구체가 파괴되는 속도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 한 교수는 “신부전 자체는 완치되지 않지만 예를 들어 신장 기능이 40~50% 정도 감소됐더라도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말기 신부전에 이르지 않고 여생을 마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게 혈압의 관리다. 신부전의 원인이 사구체 신염이든 당뇨병이든 관계없이 신부전 환자는 대부분 2차적으로 고혈압이 나타나며, 이 때문에 사구체 파괴가 가속화된다. 따라서 일단 신부전으로 진단되면 혈압을 130/80mmHg 이하로 엄격하게 조절해야 한다. 최근에는 전신 혈압 뿐 아니라 사구체 내 혈압까지 함께 낮추는 고혈압 약이 개발돼 있어 도움이 된다고 했다.

둘째는 식이요법이다. 일반적으로 신부전 환자는 저염-저단백 식사를 해야 한다. 또 혈중 칼륨 농도가 높을 경우엔 칼륨 섭취도 제한해야 하며, 부종이 심한 경우엔 수분의 섭취도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저염-저단백-저칼륨식 등을 모든 신장병 환자에게 일반화해선 곤란하다”고 한 교수는 말한다. 신장기능이 정상이고 부종 등도 없는 초기 신장병 환자는 구태여 저염식을 할 필요가 없고, 또 저단백식이 좋다고 해서 단백질 섭취를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영양실조 등으로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신부전 환자라 해도 정상인의 60~80% 정도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한 교수는 “따라서 신장질환자들의 식이요법은 의사와 전문 영양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요로폐쇄, 요로감염, 고칼슘혈증, 신장혈관협착, 통풍, 간질성 신장염 등은 신부전의 진행을 촉진시키므로 즉시 치료 받아야 하며, 약물 복용도 가급적 삼가야 한다고 한 교수는 지적했다.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

"신부전증 완치 어려워 의사·환자의 교감 중요"
한대석 교수는…

미국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친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한대석(60) 교수는 그래서인지 진료스타일도 미국식이다. 1~3분마다 한명씩의 외래 환자를 보는 다른 교수와 달리 한 환자를 10~15분씩 붙들고 환자의 가족 얘기, 직장 얘기, 친구 얘기를 시시콜콜 캐묻는다. 또 자신이 직접 환자의 혈압을, 그것도 시간 간격을 두고 세차례나 재서 평균값을 낸다. 그러다보니 그의 오전 외래 진료는 매번 오후 서너시까지 이어진다.

한 교수는 “혈압만 재는 게 아니라 혈압을 재며 이것 저것 묻고 대답하면서 환자와 유대감을 가지려는 것”이라며 “지금은 작고한 스승 홍석기 교수가 항상 ‘눈에 보이는 한 가지만 생각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여러가지를 생각하라’고 가르쳤는데, 환자와 친해지지 않으면 절대 여러가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신부전증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므로 의사-환자의 파트너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43년 출생인 한 교수는 1967년 연세의대를 졸업했으며,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가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쳤다. 1978년부터 1983년까지 하버드 의대 내과 임상 강사를 역임했으며, 같은 기간 맨체스터 재향군인병원 내과 과장으로 일했다.

1983년 귀국한 뒤 지금껏 연세의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세브란스병원 외국인진료소장, 임상연구센터소장, 신장질환연구소장 등을 역임했거나 맡고 있다. 국내서 가장 많은 말기 신부전 환자를 관리하고 있으며, 대한신장학회 이사장도 역임했다. 취미는 음악감상이며, 주량은 소주 1병 정도나 과음하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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