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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명의들의 명강의(30) 신장질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8/10/27
조회수
2861
[명의들의 명강의] (30) 신장질환
한대석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교수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입력 : 2004.07.26 15:05 30' / 수정 : 2004.07.26 15:11 34'
▲ 임호준 기자의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조선일보 의료건강팀 임호준 기자가 최근 낸 단행본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한국최고명의 30명의 진단과 처방’의 내용을 앞으로 30일간 chosun.com을 통해 연재합니다. 총 30편으로 된 이 책은 신체 부위 30곳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을 그 분야 최고 명의 30명에게 취재해서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도움되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신장은 우리 몸에서 가장 푸대접 받는 장기 중 하나다. 많은 사람이 신장이 완전히 망가져도 혈액 또는 복막 투석을 통해 생명을 연장할 수 있으며, ‘재수’가 좋으면 신장을 이식받아 다시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두 쪽의 신장 중 한 쪽을 떼 줘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더더욱 신장을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혈뇨 또는 단백뇨가 나오거나, 몸이 붓는 등 신장질환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나타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좀 한가해지면...”이라며 병원행을 미루다 아예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의사들도 신장질환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검사와 치료를 권하지 않는 편이다.

신장질환을 결코 만만한 병이 아니다.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만성 신장염은 대부분 잘 낫지 않는 불치의 병이다. 시기의 차는 있지만 결국 말기 신부전증으로 진행돼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이같은 말기 신부전 환자가 매년 6000명씩 새로 발생하며, 2002년 12월말 기준 말기 신부전 환자는 약 3만4000명 정도다. 이중 20,010명이 혈액투석을, 5,712명이 복막투석을, 8,721명이 신장이식을 받았다.

투석만 하면 생명을 무한정 연장시킬 수 있을 것 같지만 모르는 소리다. 투석을 받아도 여러가지 합병증이 점점 심해져 매년 투석 환자의 12~15%가 사망한다. 투석을 시작한 환자의 나이가 40대라면 그 사람의 기대 수명은 같은 나이 조기 대장암 환자의 기대 수명보다 일반적으로 짧다.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40대 초반(40~44세) 투석을 시작한 아시아인의 평균 기대 수명은 11년, 50대 초반(50~54세)에 투석을 시작한 아시아인의 평균 기대 수명은 7.7년이다. 그러나 조기에 대장암을 발견해 수술받으면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이라면 벌벌 떨면서 신장병이라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지(無知) 때문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신장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신장은 복부 뒷쪽, 척추를 사이에 두고 좌우에 하나씩 있다. 크기는 길이 10㎝, 폭 5㎝, 두께 3㎝, 무게 120~170g 정도다. 신장은 피질, 수질, 신우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중 가장 중요한 곳이 피질이다. 제일 바깥쪽에 있는 피질에는 한쪽 신장에 100만개씩, 모두 200만개 정도의 네프론(nephron)이 있다. 네프론 안에는 모세혈관이 마치 둥근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데, 그래서 이를 사구체(絲球體)라 한다.

사구체는 일종의 소변공장이다. 신장으로 흘러 들어간 혈액은 사구체를 통과하면서 노폐물 등이 여과돼 소변이 된다. 사구체는 약 200만개나 되므로, 절반 이상이 없어져도 소변을 만드는데 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염증 등으로 지나치게 많은 사구체가 파괴되면 몸 속 독소가 배출되지 못하고 쌓여 결국 생명을 잃게 된다. 투석은 망가진 사구체를 대신해서 인위적으로 독소를 걸러주는 치료다.


▲ 신장질환은 심장병이나 뇌졸중 등 다른 병에 비해 심각성이 과소평가돼 있지만 사망률이나 치료비용 등을 따져볼 때 결코 만만한 병이 아니라고 한대석 교수는 강조한다. /황정은기자


따라서 사구체가 파괴되는 급-만성 신부전증은 신장과 관련해서 가장 경계해야 할 병이다. 예를 들어 신장결석은 무척 고통스럽지만 그것 때문에 사망하지는 않는다. 체외충격파를 이용해 돌을 부셔버리거나, 방광경 등으로 제거하면 된다. 또 여성들에게 많은 신우의 세균성 염증(신우신염)도 항생제 치료를 하면 비교적 쉽게 낫는다. 신장암도 물론 치명적이지만 발병 빈도가 그렇게 높지 않고, 또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사구체염증이나 당뇨합병증 등으로 거미줄보다 가는 사구체가 파괴되기 시작하면 사실상 치료할 방법이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가능한 서서히 사구체가 파괴되도록 하는 것 뿐이다. 따라서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신부전증만 오지 않게 미리미리 대처하면 신장에 대해선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신부전증의 정의는 매우 애매모호하다. 신장의 기능이 정상보다 크게 떨어지면 신부전이라 부른다. 또 이같은 신장기능의 감소가 3~6개월 이상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만성 신부전이라 부른다. 그러나 신장기능이 얼마나 감소해야 신부전이라 부르는지 뚜렷한 기준이 없다. 대개의 경우 평소보다 신장기능보다 절반 정도가 감소하면 신부전이라 부른다.

이때 신장 기능을 평가하는 척도는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다. 크레아티닌이란 근육에서 만들어지는 물질로 정상인의 경우엔 신장 사구체에서 모두 여과돼 소변으로 빠져 나간다. 그러나 사구체가 망가지면 크레아티닌이 소변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혈액속에 머물게 되며, 따라서 혈중 크레아니틴 농도가 높아지게 된다.

정상인의 크레아티닌 수치는 0.5~1.3㎎/dl 정도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의 크레아티닌 농도가 평소보다 두배 증가하면 신장 기능이 2분의 1로 감소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대개의 경우 크레아티닌 수치가 2㎎/dl를 초과하면 신부전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신장은 최고 90% 까지 망가져도 모르고 지낼 수 있으며, 크레아티닌 수치가 10㎎/dl이 넘어서 병원을 찾는 환자도 드물지 않다. 따라서 건강검진 결과표를 받아들면 혈액 검사 항목에서 자신의 크레아티닌 농도를 한번 체크해 봐야 한다. 크레아티닌 검사는 정기검사에 포함돼 있는 경우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한편 만성 신부전이 오면 체내의 독소를 걸러내지 못해 여러가지 다양한 증상이 생기는데, 이를 통칭해서 ‘요독증후군(uremic syndrome)’이라 부른다. 피속 칼륨이나 인산, 요산의 농도가 올라가고, 칼슘이 부족해 지는 등 전해질의 이상이 초래된다. 특히 칼륨의 농도가 높아지면 심장 부정맥을 초래해 사망할 수도 있다. 신장 기능의 균형이 깨어져 소변이 잦아지거나 반대로 줄어들기도 하며, 얼굴과 손-발 등 온 몸이 붓게 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 빈혈, 백혈구 감소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며, 출혈이 잦아지기도 한다. 소화기능이 줄어들고, 뼈의 생성이 둔화되며, 근육이 마비되거나 경련되고, 피부가 가려워 지며, 잠이 오지 않고, 쉽게 피곤해 지는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자각할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해 지는 것은 신장 기능이 크게, 예를 들어 80% 이상 감소했을 때다. 그러나 그제서야 병의 심각함을 알고 치료에 나선다면 이미 늦었기가 십상이다. 이런 사람은 결국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돼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어느 병이나 마찬가지지만 신부전증도 가급적 빨리 발견해 사구체가 파괴되는 속도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 그 길만이 살 길이다. 예를 들어 신장 기능이 40~50% 정도 감소됐더라도 그때부터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하면 말기 신부전에 이르지 않고 여생을 마칠 수도 있다.

따라서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소변검사를 받고 피나 단백질이 검출되는지 체크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미루지 말고 즉각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신부전이 진행되면 소변으로 단백질이 빠져나오므로 소변에 거품이 많고 탁한 게 특징이다. 물론 육식을 지나치게 많이 하거나, 운동을 심하게 한 경우 일시적으로 소변이 탁할 수도 있지만, 계속 소변이 탁하다면 빨리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온 몸, 특히 얼굴이 아침에 붓거나 밤에 소변을 자주 보는 경우에도 신장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신부전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사구체 신염, 당뇨 합병증, 고혈압 합병증 등 세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사구체 신염은 사구체에 급성 또는 만성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염증 반응이라면 누구나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을 생각하기 쉽지만, 70% 정도의 사구체 신염은 아무런 이유 없이 만성적으로 사구체 모세혈관에 염증 현상이 나타난다. 이중 가장 흔한 ‘IgA성 신증’은 면역 단백질이 사구체에 달라붙어 생기는 병으로, 이 중 20~30%가 말기 신부전증이 된다.

사구체 신염의 나머지 30% 정도는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류머티즘의 일종인 전신홍반성낭창(루프스), 감기(인후두염, 편도선염 등), 기타 세균 감염의 합병증으로 나타나며, 이 때는 대부분 급성으로 사구체 신염이 생겼다 일부는 낫고 일부는 만성으로 진행된다.

이 중 감기나 기타 세균 감염으로 생긴 급성 사구체 신염은 비교적 쉽게 치료되며, 특별한 합병증도 없으며, 약 10% 정도만 만성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급성 사구체 신염의 원인이 B형 간염 바이러스 또는 루프스 일 경우엔 대부분 만성 사구체 신염으로 진행되며, 루프스로 인한 만성 사구체 신염인 경우 10~20%, 간염으로 인한 만성 사구체 신염인 경우 10% 정도가 말기 신부전이 돼 투석 또는 이식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루프스나 간염 환자는 신장을 각별히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

최근엔 사구체 신염보다 당뇨 합병증 때문에 말기 신부전이 되는 사람이 훨씬 많다. 대한신장학회 통계에 따르면 2002년 투석 치료를 시작한 말기 신부전 환자의 40.7%가 당뇨 합병증이 신부전의 원인이었다. 이에 비해 사구체 신염이 원인인 환자는 13.9%에 불과했다. 1992년의 경우엔 사구체 신염이 25.3%로 말기 신부전의 제1 원인이었으며, 당뇨 합병증이 원인인 환자는 19.5%에 불과했다. 10년 새 사구체 신염으로 인한 말기 신부전은 줄고, 대신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말기 신부전 환자가 두배 이상 증가한 게 특징이다.

당뇨병이 무서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체의 모세혈관들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당뇨 환자의 피 속에 있는 필요 이상의 당(糖) 성분은 혈액내 단백질 성분과 결합해서 ‘당화단백’을 형성하며, 이것이 혈관의 콜라겐과 들러 붙으면 혈관이 딱딱하게 경화(硬化)된다. 딱딱하게 경화된 혈관이 눈이라면 당뇨 망막증, 발이라면 당뇨발, 신장이라면 당뇨성 신장병(신병증)이 된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발병 10~15년이 지나면 소변에서 단백질이 조금씩 빠져나오기 시작하며, 15~20년이 지나면 35~40%의 환자에게 신장병이 생긴다. 그로부터 5~10년이 지나면 대부분 신부전이 된다. 따라서 당뇨 환자는 6개월에 한번 정도 소변 검사를 받고 미세(微細) 단백뇨가 있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대부분의 당뇨 환자가 당뇨망막증이나 당뇨발 등 다른 합병증 예방을 위해선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정작 신장 합병증에 대해선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당뇨망막증이 생기면 실명하고, 당뇨발이 생기면 발을 잘라야 하지만, 신장은 꽤 많이 기능이 없어져도 별다른 이상 증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신부전을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은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그 자체로 신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역으로 급-만성 사구체신염 등의 신장질환에 의해 사구체내의 고혈압이 유발되기도 한다. 대한신장학회 조사에 따르면 2002년 투석을 시작한 말기 신부전 환자 중 16%가 고혈압이 원인이었다. 10년전인 1992년 조사에서도 15.4%로 나타나 고혈압으로 인한 신부전 발병은 같은 비율은 유지하고 있다. 그 밖에 요로결석이나 전립선 비대로 인한 요로폐쇄, 만성 간질성 신염, 다낭성 신장 질환 등이 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신부전증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다. 따라서 일단 신부전증으로 진단되면 신장 기능이 파괴되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우선 치료 또는 조절 가능한 만성 신부전의 원인을 찾아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게 혈압의 관리다. 신부전의 원인이 사구체 신염이든 당뇨병이든 관계없이 신부전 환자는 대부분 2차적으로 고혈압이 나타나며, 이 때문에 사구체 파괴가 가속화된다. 따라서 일단 만성 신장질환이 있거나 신부전으로 진단되면 혈압을 130/80mmHg 이하로 엄격하게 조절해야 한다. 단백뇨가 심하게 나온다면 혈압을 125/75mmHg 이하로 낮추는 게 좋다. 최근에는 전신 혈압 뿐 아니라 사구체 내 고혈압까지 동시에 낮추는 고혈압 약이 개발돼 있으므로, 이런 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 만성 신장병 환자는 정상인 보다 심장병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이 훨씬 높기 때문에 이같은 합병증을 낮추기 위해서도 혈압의 철저한 조절이 필수적이다.

그 밖에 혈당치(당뇨환자인 경우)와 콜레스테롤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하며, 요로폐쇄, 요로감염, 고칼슘혈증, 신장혈관협착, 통풍, 간질성 신장염 등도 신부전의 진행을 촉진시키므로 즉시 치료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신부전 자체를 낫게 할 순 없지만, 최소한 더 빨리 나빠지게 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신부전의 진행을 늦추는 또 하나의 중요한 방법은 식이요법이다. 일반적으로 염분 배설 능력이 떨어져 있는 신장병 환자는 몸이 붓고 혈압이 높아지기 때문에 염분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또 단백질을 다량 섭취할 경우 요독(尿毒)증상이 심해지므로 단백질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그 밖에 혈중 칼륨 농도가 높을 경우엔 칼륨 섭취도 제한해야 하며, 부종이 심한 경우엔 수분의 섭취도 제한해야 한다. 칼륨이 많은 음식은 시금치, 감자, 오렌지(귤), 견과류, 초콜릿 등이다.

그러나 저염-저단백-저칼륨식 등을 모든 신장병 환자에게 일반화해선 곤란하다. 신장기능이 정상이고 부종 등도 없는 초기 신장병 환자는 구태여 저염식을 할 필요가 없다. 또 저단백식이 좋다고 해서 단백질 섭취를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영양실조 등으로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신부전 환자라 해도 정상인의 60~80% 정도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특히 신장병 중 소변으로 다량의 단백질이 빠져나가면서 몸이 붓는 신증후군은 오히려 단백질 섭취를 늘여야 한다.

때문에 신부전을 비롯한 모든 신장병 환자의 식이요법은 의사와 전문 영양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만 믿고 식이요법을 해선 오히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신부전 환자들을 위해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선 식이요법 강좌를 시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부전 환자는 약물 복용을 가급적 삼가해야 하며, 불가피하게 약을 복용할 경우엔 그 약의 신장 독성 유무를 체크해야 한다. 감기 등으로 병원에 가더라도 의사에게 신부전 환자임을 밝히고, 신독성이 없는 약의 처방을 요청해야 한다. 환자 마음대로 약국에서 약을 사서 복용하다 신장 기능이 급속히 악화되어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된 경우가 허다한 게 우리 실정이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장 기능이 10% 정도만 남게 되면 요독증으로 인한 각종 합병증이 심해지므로 이 때는 혈액-복막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신장의 역할을 투석 또는 이식이 대신한다는 의미에서 이를 ‘신 대체 요법(腎 代替 療法)’이라 한다.

혈액 투석은 인공신장기를 이용해서 몸 속에 있는 피를 빼 낸 뒤, 피 속의 노폐물이나 과도한 수분을 제거하고, 깨끗해진 피를 다시 몸 속으로 넣어주는 치료다. 보통 1회에 4~5시간 걸리며, 주 2~3회 시행한다. 복막투석은 배(복강)에 도관을 설치하는 수술을 한 뒤, 가정 또는 직장에서 매일 3~4회 투석액을 교체해 주는 것이다. 즉 가정 등에서 배 안에 있는 이미 사용한 투석액을 도관을 통해 빼낸 뒤, 새 투석액을 넣어 주는 것으로 한번에 30~40분 정도 걸린다.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효과와 비용은 비슷하나 장단점은 다르므로 환자의 형편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혈액 투석은 1주일에 3~4회 하지만, 한번에 시간이 많이 걸리며, 복막투석은 반대로 하루에 서너번씩 해야 하지만 한번에 걸리는 시간은 짧다. 복막투석의 경우 복막염의 위험이 있지만, 대신 식이제한이나 수분 제한을 덜해도 된다. 가정에서 혼자 시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혈액투석은 식이-수분제한이 엄격하며, 반드시 병원에 가야 받을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환자들은 두가지 방법의 장단점을 꼼꼼히 비교해서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의사들이 혈액투석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의학적 판단보다 의학외적인 판단 때문인 경우가 없다고 할 수 없다. 값비싼 혈액투석기를 들여놓은 병원이나 의사들이 기계의 가동률을 높혀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혈액투석을 더 우선적으로 권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어느 것을 선택해도 비용과 효과가 비슷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권하는 게 뭐가 문제가 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투석방법이 환자의 입장보다 의사의 필요에 의해 선택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따라서 환자들은 의사에게 혈액-복막투석의 장단점을 분명하게 설명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자신의 상황과 의사의 권고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투석 방법을 선택하는 게 좋다.

투석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신장기능이 떨어진 경우엔 가급적 조기 투석도 고려해야 한다. 투석을 받으면 인생이 끝장난 것처럼 낙담하는 사람이 많고, 때문에 가급적 투석 시기를 늦추려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어리석은 일이다. 어떤 사람은 요독증으로 인한 심장이나 폐, 뇌 합병증이 심해져 응급상황에 내몰리고 나서야 비로소 투석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처럼 긴급한 상황에 몰려서 투석을 시작하는 것보다, 가급적 빨리 투석을 시작하는 게 좋으며, 그렇게 하면 합병증을 미리 막을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또 투석을 하면 하지 않을 때보다 식사나 수분의 제한도 덜해지므로 환자의 삶의 질도 높아진다.

소변으로 알아보는 내 건강


소변은 건강의 이상을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소변의 색, 냄새, 거품 등은 건강상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이 하루에 배출하는 소변의 양은 1~1.5ℓ정도다. 소변의 99%는 물이며, 나머지 1%는 오래된 적혈구가 파괴돼 생긴 색소와 노폐물 등이다. 정상적인 소변은 아주 묽은 노란색으로, 맥주와 물을 1대1로 섞었다고 보면 된다. 소변의 노란색은 유로크롬이란 색소의 함유량에 따라 달라지는데, 사람마다 소변의 색은 차이가 나서 무색에서 짙은 노란색까지 다양하다. 또 비타민C 음료 등 특정 음료를 마셨거나, 탈수가 심해 유로크롬의 농도가 높아진 경우에도 일시적으로 소변의 색이 진해진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없이 소변 색이 황갈색으로 변하는 것은 소변으로 담즙이 빠져나오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소변이 핏빛이거나 분홍색이거나 짙은 갈색인 경우는 콩팥에서 소변이 만들어져 방광과 요도를 거쳐 배설되는 과정 중 어딘가에서 피가 새어나온다는 신호다. 혈뇨의 원인은 사구체 신염, 신우신염, 요관결석, 신장암, 방광암, 전립선염 등 수도 없이 많다. 따라서 혈뇨가 지속될 경우엔 정밀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그러나 정상인도 심한 운동을 했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감기에 심하게 걸린 경우 일시적으로 혈뇨가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옆구리나 하복부의 통증이 동반된 혈뇨는 요로결석 때문인 경우가 많다. 소변을 자주 보며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있는 혈뇨는 신우신염, 방광염 등 급성 세균 감염증일 수 있다. 소변색이 일시적으로 붉었다 얼마 뒤 괜찮아진 경우엔 방광암 신장암 등 암일 가능성이 있다.

소변의 거품과 탁한 정도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정상인의 소변은 맑고 투명하며, 거품이 생기더라도 양이 많지 않다. 매우 탁하고, 마치 비누를 풀어 놓은 듯 거품이 많은 소변이 지속된다면 단백질 성분이 소변으로 빠져나오고 있다는 신호므로 즉각 소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도 심한 운동을 했거나, 고열이 지속됐거나, 탈수가 됐거나, 등심이나 삼겹살 등 육류를 많이 섭취한 경우 일시적으로 거품 소변이 나올 수 있다.

한편 소변은 지린내가 나는 게 당연하지만, 만약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톡 쏠 정도로 심하다면 세균 감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세균이 소변을 분해해 암모니아를 생성시키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 중 일부에게선 소변에서 은은한 과일향기가 나므로, 이 때도 조심해야 한다.

신장암

신장암은 발병 빈도가 낮고 또 조기발견시 비교적 쉽게 치료 된다. 그러나 신장암이 폐 등으로 전이된 경우엔 치료가 어려우므로 마음을 놓고 있어서도 안된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한해 약 500명 정도가 신장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남자가 여자보다 2배 정도 많이 발병하며, 40~60대에 주로 나타난다.

정확한 발암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흡연, 비만, 고혈압 치료제 복용, 진통제 남용, 동물성 지방 위주 식생활, 장기간의 혈액투석, 중금속 노출 등이 발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신장암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 금연해야 하며, 육류 섭취를 줄여야 하며, 규칙적으로 운동함으로써 비만을 방지해야 한다.

신장암 환자는 옆구리 통증, 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초기엔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과거엔 암이 어린애 주먹만큼 커진 다음에 발견되기도 했다. 최근엔 복부 초음파 검사와 컴퓨터 단층촬영의 확대로 대부분 암 크기가 3~4㎝ 이하인 조기에 진단된다. 신장암은 크기가 3~5㎝면 1기, 5~7㎝면 2기로 본다. 그 이상이면 폐, 뼈, 간 등에 잘 전이된다. 전이가 일어나지 않은 1~2기 암은 내시경 등으로 신장을 떼 내면 비교적 쉽게 치료된다. 재발률도 5~20%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그러나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되면 치료가 쉽지 않다. 이 때는 수술과 항암치료, 면역요법 등을 시행해야 한다. 신장암 진단시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로 발견되는 환자는 전체 환자의 약 30% 쯤이다.

한대석 교수는


미국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친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한대석 교수는 그래서인지 진료스타일도 미국식이다.

▲ 한대석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교수./ 조선일보DB
문 밖에 환자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초진환자인 경우 환자의 가족 얘기, 직장 얘기, 친구 얘기를 시시콜콜 캐 묻고 기록한다. 또 자신이 직접 환자의 혈압을, 그것도 시간 간격을 두고 세차례나 해서 평균값을 낸다. 자동혈압기나 간호사를 이용할 수도 있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신부전증의 진행에 혈압만큼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게 없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 바람에 환자 한명 당 외래 진찰 시간은 10~15분 정도가 걸리고, 점심 시간 이전에 마쳐야 할 외래 진료가 매번 오후 서너시를 넘겨서야 끝이 난다. 그는 입원환자 아침 회진에도 한시간 이상 할애해서 환자의 의무기록과 건강상태를 꼼꼼히 체크한다. 레지던트들은 하는 수 없이 환자의 가족관계는 물로 주소까지 암기해야 할 정도다. 한 교수가 물어보기 때문이다.

“왜 혈압을 직접 재냐”는 질문에 한 교수는 “혈압만 재는 게 아니라 혈압을 재며 이것 저것 묻고 대답하면서 환자와 유대감을 가지려는 것”이라며 “신부전증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므로 의사-환자의 파트너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작고한 스승 홍석기 교수가 항상 ‘눈에 보이는 한 가지만 생각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여러가지를 생각하라’고 가르쳤다”며 “환자와 친해지지 않으면 절대 여러가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1943년생인 한 교수는 1967년 연세의대를 졸업한 뒤, 1973년까지 임상이 아닌 기초의학(생리학)을 전공했다.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저지주 성요셉병원서 인턴을 하고, 뉴욕 브롱스 알버트 아인슈타인대학 부속병원에서 신장내과 연수를 마쳤다. 1978년부터 1983년까지 하바드의대 내과 임상강사를 역임했으며, 같은 기간 맨체스터 재향군인병원 내과 과장으로 일했다. 1983년 귀국한 한 교수는 연세의대에 근무하면서 세브란스병원 외국인 진료소장, 임상연구센터소장, 신장질환연구소장 등을 역임했거나 맡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신장학회 이사장도 역임했다.

국내서 가장 많은 말기 신부전 환자를 관리하고 있는 한 교수는 투석환자, 특히 복막 투석 환자의 영양 상태에 관한 연구에 관심이 깊다. 그를 포함해 세브란스병원서 관리하는 복막투석 환자는 500여명으로 한 기관에서 이렇게 많은 복막투석 환자를 관리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취미는 음악감상이며, 주량은 소주 1병 정도다. 특히 학창시절 음악 지휘자를 꿈 꿀 정도로 클래식 음악에 심취했으며, 지금도 외국서 발행되는 음악 전문잡지를 구독할 정도로 조예가 깊다. 틈나는 대로 헬스클럽에 나가 체력을 다지고 주말엔 등산이나 골프 연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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